걸어서 누리는 책읽기



  걸어서 오가는 길이란 언제나 아름답다고 느낀다. 관광지이든 도시이든 시골이든 숲이든, 저마다 두 다리로 즐겁게 걸으면서 몸은 씩씩해지고 마음은 푸르게 물드는구나 하고 느낀다. 지난날에는 따로 관광지로 꾸미지 않아도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걸어서’ 여행을 했다면, 오늘날에는 ‘발돋움한 교통’을 내세우기도 하고 첨단시설과 문명에 따라 ‘걷는 일’이 줄어든다. 오늘날에는 ‘여행하는 재미’만 있고, ‘걷는 기쁨’은 거의 사라졌다고 할까. 이러면서 ‘걷는 이야기를 따로 쓰는 여행책’이 꾸준히 나온다. 예전에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걸어서 여행을 다녔기에 구태여 ‘걷는 이야기’는 따로 쓸 일이 없었다.


  그러면, ‘걷는 이야기’를 글이나 책으로 읽는 사람은 스스로 얼마나 걸을까? 스스로 걷지 못하는 삶을 쳇바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글이나 책으로만 ‘걷는 이야기’를 마주하지는 않을까? 4348.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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