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닷새 만에 마당 쓸기
아침에 마당을 쓴다. 스물닷새 만이라고 할 만하다. 한 시간 남짓 신나게 가랑잎을 쓴다. 지난달에 베어서 한쪽에 쌓은 풀짚도 풀밭으로 옮긴다. 풀짚은 한 달 남짓 한곳에서 바싹 마른 뒤 맨 아래쪽은 벌써 흙으로 바뀌었다. 풀짚더미 맨 밑바닥에 있던 풀은 까무잡잡한 흙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풀벌레에 지렁이가 가득하다. 비가 오고 볕을 따뜻하게 받으며 풀짚더미는 스스로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참으로 멋지다.
한 시간 남짓 비질을 하니 허리가 결린다. 이제 무릎까지 아프다. 아직 무릎이 나으려면 멀었구나. 일을 해도 더욱 쉬엄쉬엄 해야겠네. 그래도 이만큼 몸을 움직이면서 비질을 할 수 있으니 참으로 기쁘다. 아무튼, 마당 일을 더 하지 못하고 드러눕는다. 아버지가 드러누울 무렵 큰아이가 마당으로 나와서 가랑잎 쓸어서 풀밭으로 옮기는 일을 거들어 준다.
자리에 누워서 허리를 펴고 무릎을 쉰 다음 마당을 마저 쓴다. 덩굴풀은 베고 풀짚도 조금 치우니 우리 집 마당이 제법 환하면서 넓어 보인다. 마당은 아마 쉰 평쯤 될 텐데, 시골마을에서 쉰 평짜리 마당은 아주 작지만, 도시를 헤아리면 쉰 평은 얼마나 넓고 넉넉한가.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