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4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65



언제나 네 곁에서 사랑을 물려주는 어머니란다

―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 (고 녀석 맛있겠다 4)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달리 펴냄, 2011.8.17. 11000원



  아이들이 곁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내 곁에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이 아이들은 나를 아버지로 삼아서 이곳에 태어났고, 나는 어버이요 아버지로서 아이들한테 삶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물려줍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두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따사로운 사랑으로 삶을 보여주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만합니다. 그리고 따끔한 몸짓으로 다그치면서 말을 잘 듣도록 길들일 만합니다. 첫째 길은 사랑이고 둘째 길은 ‘훈육’입니다.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는 까닭은 아이가 앞으로 사랑으로 삶을 새롭게 지으면서 하루를 기쁘게 맞이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훈육으로 다스리면서 길들이는 까닭은 아이가 앞으로 사회살이를 똑똑히 잘 해내어 사회에서 뒤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폭풍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아이, 가여워라. 여기 있으면 누가 먹어 버릴지도 모른단다.” 엄마 마이아사우라는 작은 알 하나를 주워 집으로 돌아갔어요. (1쪽)




  그림책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달리,2011)를 읽습니다. ‘고 녀석 맛있겠다’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그림책꾸러미 가운데 넷째 권입니다. 이 그림책꾸러미는 만화영화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넷째 권인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는 육식공룡이 어떻게 초식공룡한테서 태어나서 자랐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줄거리를 살짝 살피면 이렇습니다. 큰 비바람이 몰아친 다음날 초식공룡인 착한 어미 공룡이 ‘어머니 잃은 알’을 보아요. 마음 착한 어미 초식공룡은 ‘떠도는 알’을 지나치지 못합니다. 어떤 알인지 모르더라도 이 ‘길 잃은 알’을 품어서 키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초식공룡은 깜짝 놀랄밖에 없습니다. 착한 어미 초식공룡이 주운 알은 무섭거나 사나운 육식공룡 알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착한 어미 초식공룡은 이 알을 버릴 수 없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공룡을 보면서도 이 새끼 공룡을 숲에 버려둘 수 없습니다.



끝내 새근새근 잠든 아기를 처음 주웠던 숲에 돌려 보내기로 했습니다. “아가야, 미안하다. 미안해 …….” 엄마는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뒤돌아 걸었습니다. 바로 그때, “코오 …….” 엄마는 작은 숨소리를 듣고 다시 성큼성큼 아기에게 돌아가더니, (6∼8쪽)



  마음속에 착한 숨결이 흐르지 않고서야 육식공룡 알을 품어서 키울 수 없습니다. 나중에 저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착한 어미 초식공룡은 그런 생각은 안 합니다. 처음부터 생각이 달라요. 착한 어미 초식공룡은 ‘어머니도 길도 보금자리도 모두 잃은 알’한테 ‘어머니가 되어 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하나예요. 오직 한마음이지요. 어떤 공룡이 이 알에서 깨어나든 언제나 한결같이 흐르는 사랑으로 어머니가 되어 주겠다고만 생각합니다.





엄마가 꼭 안아 주자 하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습니다. “엄마, 나 …… 티라노사우루스예요? 난 엄마 아이가 아닌 거예요? 아니죠?” 엄마가 하트를 힘껏 껴안으며 말했습니다. “넌 누가 뭐래도 엄마한테 소중한 아들 하트야.” (32∼33쪽)



  육식공룡은 초식공룡은 어머니를 두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무 걱정이 없이 씩씩하게 자랍니다. 오직 한 가지, 그러니까 오직 사랑만 물려받은 새끼 육식공룡은 몸집이 큼직하게 자란 뒤에도 바로 이 기운을 가슴 깊이 품습니다. 다른 육식공룡을 만나서 ‘이제껏 살아온 내 모습은 무엇인가?’ 하고 가슴 아프게 뒤돌아보더라도, 어미 초식공룡이 들려주고 물려주고 보여주면서 언제나 함께하던 ‘사랑’을 되새깁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할밖에 없습니다. 아니,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합니다. 내 아이도 사랑하고 네 아이도 사랑합니다. 우리 아이도 사랑하고 너희 아이도 사랑하지요. 모든 아이는 나한테 아이입니다. 모든 어머니는 이 땅에서 자라는 모든 아이를 이녁 아이로 삼습니다. 따스하게 품습니다. 사랑으로 어루만집니다. 넉넉하게 품습니다. 사랑 어린 말로 다독입니다.


  어머니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어머니가 오롯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버지가 아기를 낳을 수 없는 까닭은 아직 아버지는 오롯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아무래도 어쩌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를 보면 아버지 자리에 서는 사람은 아기를 오롯이 어루만지면서 품지 못하기 일쑤예요. 아기를 낳아 아버지가 된 사람은 으레 ‘밖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야지’ 하고 생각할 뿐, ‘집에서 아이를 더 사랑해야지’ 하고 생각하지 못하곤 합니다.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아이하고 사랑으로 삶을 짓겠노라 하고 생각할 줄 아는 아버지는 너무 적습니다.




“으윽, 왜 이러는 거냐. 난 너와 같은 티라노사우루스인데 …….” 티라노사우루스가 괴로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아니야, 난 하트야. 하트일 뿐이라고.” 하트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렀습니다. (36∼37쪽)



  어른으로 자란 육식공룡은 이제 제 모습을 깨닫습니다. 초식공룡이 아닌 육식공룡인 줄 알아차립니다. 스스로 어떤 모습인지 깨달은 아이는 더는 어머니하고 동생 곁에 있을 수 없다고 알아차립니다. 이제 떠나야 합니다. 그동안 알뜰살뜰 보살펴 주면서 사랑을 물려준 어머니 곁을 떠나야 합니다.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홀로 삶을 짓고 살림을 꾸려야 합니다. 따스한 어머니 품은 오로지 가슴으로만 담으면서, 이제부터 저 스스로 새로운 ‘따순 품’을 지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어른 육식공룡으로서 육식공룡으로 살되 ‘마음 가득 사랑이 흐르는’ 몸짓으로 새롭게 꿈을 키워야 합니다.


  어른이 된 육식공룡은 눈물을 흘려요. 눈물을 주루룩 흘려요. 얼마나 북받치는 눈물일까요. 가슴이 저미고 저릴 테지요. 가슴이 찢어지고 무너질 테지요. 그렇지만 이 아이는 씩씩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 아이는 새롭게 일어서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육식공룡이야!”가 아닌 “나는 하트야!”와 같이 스스로 누구인가를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은 육식공룡’이되 ‘마음은 착한 사랑’입니다. ‘몸은 다른 공룡 살점을 뜯어먹는 육식공룡’이되 ‘마음은 모든 이웃을 사랑으로 마주하는 착한 숨결’입니다.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