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62. 들꽃아이



  스물하고도 여러 날 만에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다녀온다. 군내버스를 타고 두 아이 옆에 함께 앉는데, 문득 우리 아이들은 ‘들꽃아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들녘에서 씩씩하게 피어나서 뿌리를 내리고 퍼지는 들꽃 같은 아이라고 할까. 큰아이는 들꽃순이요 작은아이는 들꽃돌이가 될 테지. 나는 어버이로서 이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삶을 지으면서 보금자리를 가꾸려 한다. 그러면 어버이인 나는 어떤 길로 나아갈까. 나는 이제껏 여느 어버이였다면 슬기로운 어른이 되는 길을 걸어갈 노릇이고, 제대로 철이 들어서 ‘숲사람’으로 거듭나야지 싶다. 숲어른이자 숲아비(숲어버이)가 되는 길을 간다고 할까. 이동안 아이들은 어버이 곁에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물려받을 테니, ‘들꽃아이’에서 ‘숲아이’로 거듭난다. 큰아이는 숲순이가 되고 작은아이는 숲돌이가 된다. 나는 숲집에서 숲밥을 짓고 숲말로 숲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 숲아이와 숲어른은 모두 숲바람을 마시고, 숲넋을 다스리면서 숲결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맞아들이기에 아이들은 처음에는 누구나 들꽃아이요, 이 아이들한테 어떤 숨결로 어떤 바람을 마시도록 이끄는가에 따라 숲아이도 될 테고 ‘다른 아이’로도 되리라 느낀다. 아무튼, 우리 아이들이 나아갈 길은 ‘숲아이’이다. 4348.9.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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