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팔뚝에 달고 책읽기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에 선다. 비가 그친 구월 끝자락 하늘이 싱그럽다. 아직 구름이 많고, 마당에는 비바람에 떨어진 가랑잎이 무척 많다. 늘푸른나무를 집에 두면 한 해 내내 가랑잎을 쓸어야 한다. 번거롭다면 번거롭지만 재미있다면 재미있다. 게다가 어제처럼 비가 하루 내내 쏟아진 날이 지나가면, 마당은 알록달록 새로운 옷을 입는다.


  비 그친 아침 마당에서 책을 읽는다. 바람을 쐬면서 책을 읽는다. 오른무릎을 다친 지 오늘로 스무사흗날이다. 어제부터 마당에서 한동안 서성일 수 있다. 며칠 앞서만 해도 이렇게 서성이면 또 무릎이 많이 쑤셨지만, 어제부터 제법 괜찮다. 오늘도 꽤 괜찮기에 마당에서 한동안 서성이며 책을 읽어 보았는데, 아이들한테 아침을 챙기려고 부엌으로 들어오고 보니 팔뚝에 모기 한 마리가 붙어서 신나게 피를 빤다.


  모기가 피를 빠는 줄도 모르는 채 책을 보았네. 빙그레 웃다가 찰싹 때려서 모기를 잡는다. 핏물이 튀고 모기 주검은 납짝하다. 흐르는 물로 손을 씻는다. 능금 한 알을 삭삭 썰어서 접시에 담는다. 4348.9.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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