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를 마친 뒤늦은 저녁 먹기
4교를 마치고 출판사로 편지를 보낸다. 저녁 아홉 시 사십 분이 넘는다. 출판사 사장님은 아직 일터에 있다고 한다. 1인출판을 하는 곳이기에 더더구나 일이 많으시리라. 표지디자인을 살피실 테고, 함께 편집하는 다른 책 원고도 살피시겠지.
나는 아이들 밥만 차려 주고 원고만 들여다보았다. 오늘은 아이들을 잠자리에 누이고 자장노래도 못 불러 주었다. 그저 아이들 볼과 이마를 어루만지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세 마디만 해 주었다. 아이들을 재우며 자장노래를 부르지 않는 날은 한 해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 된다.
등허리가 몹시 결리지만, 라면을 끓인다. 작은아이가 먹고 남긴 국이랑 밥을 섞어서 라면 한 그릇을 끓인다. 기운을 내라는 뜻으로 달걀도 한 알 넣는다. 밤 열 시에 가까워서야 비로소 저녁을 라면 한 그릇으로 먹는다. 좋다. 괜찮다. 즐겁다. 오늘 하루 잘 놀아 준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튿날에는 꼭 읍내마실을 해 보리라. 다만 이튿날은 장날인데다가 한가위 코앞 장날이라 군내버스에 빈자리가 없을 듯하다. 가뜩이나 무릎이 나빠서 버스에서 서서 갈 수 없는데, 아이들을 바라보며 기운을 내야지. 없는 살림돈을 쪼개어 이 예쁜 아이들이 주전부리로 삼을 과자를 좀 넉넉히 장만하려고 한다. 4348.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