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99. 2015.9.2. 걷는 책순이
책순이가 시골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는다. 도서관하고 집 사이를 걸으면서 이 틈을 참지 못하고 책을 펼친다. 풀밭도 들판도 하늘도 바람도 바라보지 않고 책을 바라본다. 책순아, 책은 집에서 얼마든지 볼 텐데, 이 길을 걷는 동안에는 이 길을 한껏 누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내가 어릴 적에 바로 이 책순이처럼 살았기 때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아니,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책순이처럼 길을 걸어가며 ‘둘레 다른 것’이 내 마음으로 스며들지 않아서 책을 들여다보며 걸어다니곤 했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적에도 시내 한복판을 걸으면서 책을 읽었고,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늦은 밤에 자율학습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을 적에도 언제나 책하고 함께 살았다. 그악스러운 입시지옥 굴레에서 볼 것이 없었다고 할 만하고, 도시 한복판에서도 눈을 둘 데가 없다고 할 만하지만, 도시에서도 곳곳에 골목꽃이 있고 손바닥만 하더라도 하늘이 있다. 우리 사는 시골에 있는 아름다운 것을 먼저 마음으로 느끼면서 책을 펼치자, 요 귀여운 아이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