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과 새여름에 맺는 동글동글 후박알 (후박나무 열매)



  후박나무 껍질과 열매를 고운 엿은 뱃멀미를 하는 이들한테 무척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후박나무 껍질과 열매로 엿을 고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항생제 약이 많이 떠돌기도 하고, 뱃길이 많이 짧아지기도 했지만, 이보다는 껍질을 벗길 만한 후박나무가 그리 많이 안 남았기 때문이다.


  소금기 물씬 밴 바닷바람을 먹으면서 자라는 후박나무는 바닷마을에서 잘 자란다. 한 해 내내 푸른 잎을 매다는 후박나무는 봄과 여름에 가랑잎을 노랗게 물들이면서 떨군다. 사월부터 꽃이 피고 오월 끝무렵과 유월 첫무렵에 열매를 맺는다. 사람은 후박알(후박나무 열매)을 날로 잘 안 먹지만, 멧새는 후박알을 대단히 좋아한다. 후박꽃이 지면서 후박알이 맺을 무렵 우리 집 마당은 온갖 멧새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찾아와서 후박알을 쫀다.


  후박나무에는 후박알만 있지 않다. 온갖 풀벌레와 나무벌레와 애벌레가 깃든다. 그래서 후박나무로 찾아오는 멧새는 후박알에다가 살진 애벌레를 함께 먹으면서 배가 부르다. 기쁨에 찬 노랫소리를 곱게 들려준다. 나는 우리 집 후박알을 따로 먹지는 않고 몽땅 새한테 주면서 새가 우리한테 베푸는 노랫소리로 배가 부르다.


  여름이 지나고 후박알이 모두 떨어진 뒤 가을로 접어들면, 멧새는 후박나무에 거의 안 찾아온다. 열매도 없고 애벌레도 없으니까 이제는 다른 나무한테 찾아간다. 가을과 겨울 동안 후박나무는 무척 조용하다. 거미만 이곳저곳에 거미줄을 치지만, 거미도 조용하거나 쓸쓸할 테지. 그래도 겨우내 푸른 잎사귀를 베푸는 후박나무이기 때문에, 겨우내 후박나무를 바라보면서 푸른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는다. 4348.9.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 이 후박알(후박나무 열매) 사진은 6월 13일과 6월 22일에 찍었습니다. 벌써 새가 많이 쪼아먹어

몇 알 안 남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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