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52. 빨래를 널 적에
빨래를 널 적에 그림자가 생깁니다. 빨래 그림자 때문에 호박알이 덜 굵을까 싶어 빨랫대를 슬슬 옆으로 옮깁니다. 해가 움직이는 결에 맞추어 빨랫대가 움직입니다. 빨래를 널 적에 풀내음을 한껏 들이켭니다. 빨래는 햇볕을 먹고 바람을 마십니다. 여기에 풀내음과 꽃내음까지 고요히 받아들입니다. 마당에 빨래를 널기에 우리 곁님과 아이들 옷가지는 우리 집에 드리우는 모든 아름다운 숨결이 깃드는 옷을 새롭게 입을 수 있습니다. 빨래를 다 널고서 빨래 곁에 섭니다. 또 호박꽃과 호박알 곁에 앉습니다. 빨래랑 함께 해바라기를 하면서 따사로운 바람결을 즐겁게 맞이합니다. 4348.9.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