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9.18.

 : 열엿새 만에 살살



열엿새 만에 자전거를 다시 타기로 한다. 오늘 자전거를 타려고 어제는 일찌감치 잠든 듯하다. 아침부터 기운을 차근차근 모았고,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집에서 잘 놀린 뒤, 한낮 해가 높을 무렵 빨래를 걷고 자전거를 꺼낸다.


열엿새 앞서 다친 오른무릎은 아직 성하지 않다. 걸을 수는 있어도 오래 못 걷고, 조금 걸은 뒤에는 반드시 앉아서 다리를 쉬어야 한다. 한 자리에 오래 서면 아직 피가 쏠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자전거는 어떠할까? 그동안 자전거 사고가 나서 무릎이나 어깨나 팔꿈치 들이 다쳤을 때를 떠올린다. 관절이 다친 뒤에는 외려 걸을 때보다 자전거를 탈 적에 덜 아프거나 안 아프기까지 했다. 내리막에서는 관절이 힘을 쓸 일이 없고, 오르막에서는 기어를 잘 먹이면 되며, 정 힘들면 자전거에서 내린 뒤에 자전거에 몸을 기대면 걸을 적에도 수월하다.


오른무릎이 이번에 꽤 크게 다친 터라 자전거를 살살 구를 적에도 조금 따끔거린다. 그래도 걸을 적하고 대면 훨씬 낫다. 천천히 천천히, 그야말로 천천히 바람을 가르면서 달린다. 보름 사이에 시골 들판은 꽤 노란 빛이 퍼졌다. 앞으로 날마다 더욱 노랗게 달라질 테지.


면소재지에 닿는다. 먼저 면사무소 건물 옆으로 가서 헌 건전지를 버린다. 면소재지에서는 헌 건전지를 모으는 통이 있다. 이제 초등학교 놀이터로 간다. 낮 세 시 반 무렵이면 학교 수업이 끝났을까 싶어서 놀이터로 마실을 온다. 가을볕이 제법 뜨겁지만 시골순이와 시골돌이는 맨발로 개구지게 잘 논다. 시소라도 같이 타 주고 싶으나 나는 무릎을 쉬어야 하기에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자리에 풀썩 앉는다. 챙겨 온 책을 한 권 읽는다.


앉다가 서다가 걷다가 하면서 무릎을 다스린다. 한 시간 남짓 아이들이 놀도록 한 뒤에 손과 낯을 씻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 가게에 들러 모처럼 아이들이 과자를 한 점씩 집도록 한다. 큰아이는 언제나처럼 찰떡을 고른다. 떡순이네.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잠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더욱 쉬엄쉬엄 달린다. 그래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아버지 이제 자전거 탈 수 있네? 잘 됐네!” 하고 얘기한다. 그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줄은 알았지. 그러나 이만큼 타도 무릎이 좀 욱씬거리고 몸이 꽤 힘드네.


집에 닿아 작은아이를 이부자리로 옮긴다. 큰아이 손발을 새로 씻기고 밥을 끓인다. 밥상을 차리고 몸을 씻는다. 자전거를 처마 밑으로 들이고 숨을 돌린다. 이제 자리에 드러누워서 몸을 쉬어야지. 비록 한 시간밖에 안 되었으나 아이들이 날마다 노래하던 놀이터에 찾아가서 놀도록 했으니 오늘은 이만 하면 보람찬 하루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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