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59. 일을 맡길 적에
자전거 사고가 난 지 꽤 지났어도 오른무릎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조금만 움직이거나 일을 해도 온몸이 지쳐서 나가떨어진다. 이러다 보니 두 아이한테 말로만 시켜야 하는 일이 부쩍 는다. 손으로 빨래를 못 하고 기계한테 빨래를 맡기는데, 다 마친 빨래를 널 적에 아이들을 부른다. 여느 때에도 빨래를 널 적에 아이들을 부르기는 했으나 이제는 아이들이 더 많이 도와주어야 한다. 이때에 나는 아이들한테 어떤 목소리로 심부름을 시키거나 일을 맡기는가? 문득 가만히 돌아본다. 아픈 오른무릎을 어루만지면서 대청마루에 앉아서 여덟 살 어린이한테 이것은 이렇게 하고 저것은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내 말이 여덟 살 어린이가 잘 알아들을 만한가를 돌아본다. 여덟 살 어린이한테 내 말이 따스하거나 너그러운가 하는 대목을 되새긴다. 어버이로서 아픈 몸이 아니었으면 그냥 혼자서 집일을 하거나 툭툭 내뱉는 말로 일을 맡기기도 했을 텐데, 아픈 몸으로 보름 남짓 지내고 보니,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한테나 하는 짧은 말마디일지라도 사랑을 어떻게 담아서 들려주어야 하는가를 새롭게 배운다. 4348.9.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