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6


 며느리배꼽·며느리밑씻개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잘못 옮긴 이름이 퍼지는 바람에 아직 제대로 바로잡히지 못한 풀이름으로 ‘며느리배꼽’하고 ‘며느리밑씻개’가 있습니다. 나라와 겨레마다 숱한 이야기가 있기에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의 밑씻개(ママコノシリヌグイ)’ 같은 이름을 쓸는지 모르나, 한국에서는 이를 굳이 ‘며느리밑씻개’로 쓸 까닭이 없고, 이 풀과 비슷하면서 다른 풀을 놓고 ‘며느리배꼽’으로 쓸 일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 나라에 없던 일본 풀이름인 만큼 억지스레 ‘며느리가 밑을 씻는 이야기’라든지 ‘며느리 배꼽하고 얽힌 이야기’를 지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한겨레는 한겨레대로 오랜 나날 이 땅에서 흙을 일구고 살면서 수많은 풀에 다 다른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본 식물학자가 붙인 풀이름을 따서 ‘며느리배꼽’처럼 쓸 까닭이 없이 ‘사광이풀’이나 ‘참가시덩굴여뀌’ 같은 이름을 고이 물려받아서 쓰면 됩니다. ‘며느리밑씻개’ 같은 이름을 우악스레 쓸 일이 없이 ‘사광이아재비’나 ‘가시덩굴여뀌’ 같은 이름을 살뜰히 이어받아서 쓰면 돼요.


  어른이 보는 식물도감이든 아이가 보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나 동시집이든, 제 이름을 제대로 적어 넣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읽을 글을 쓰는 어른은 생각을 슬기롭게 키우고 살찌우도록 말밑과 말결을 잘 살펴야 합니다. 4348.9.18.쇠.ㅅㄴㄹ



말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 / 며느리배꼽이나 노루귀 같은 예쁜 말만 키워 / 입 밖으로 내보낼래요

→ 말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 / 사광이풀이나 노루귀 같은 예쁜 말만 키워 / 입 밖으로 내보낼래요

→ 말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 / 참가시덩굴여뀌나 노루귀 같은 예쁜 말만 키워 / 입 밖으로 내보낼래요

《김륭-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문학동네,2009) 4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