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파랑줄무늬밤나방 애벌레와 모시풀 (암청색줄무늬밤나방)



  한창 모시풀을 베는데 모시꽃이 잔뜩 달린 줄기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대롱거리는 모습을 본다. 이 아이는 언제부터 우리 집 모시풀을 갉아먹으면서 이만큼 통통하게 살이 올랐을까. 앞으로 어느 만큼 모시잎을 더 갉아먹어야 고치를 틀어 밤나비로 깨어날 수 있을까. 뽑히거나 잘린 풀은 이내 시든다. 애벌레는 시든 풀을 못 먹는다. 못 보았다면 할 수 없지만, 애벌레를 보았기에 풀베기를 멈춘다. 거의 막바지 허물벗기까지 한 듯한 애벌레이니, 곧 새로운 몸으로 깨어나기를 바라면서 모시풀 몇 가닥을 그대로 둔다. 부디 네 가슴속에 품은 꿈대로 새롭게 태어나렴. 푸른 잎사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멋진 삶을 꿈으로 지으렴. 4348.9.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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