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무화과알 따기
우리 집 무화과알은 높이 매달린다. 가지치기를 안 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어른 눈높이에서 많이 열리지만 이듬해에는 어른 눈높이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어떠랴. 키가 훌쩍훌쩍 크면서 멋진 가지와 그늘을 베풀어야 아이들은 무화과나무가 어떤 나무인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줄기와 가지가 굵으면 아이들은 나무타기를 하면서 열매를 딸 수 있지 않겠나. 앉은뱅이가 된 나무에서 손쉽게 열매를 딴다면 나무가 너무 괴로우리라. 굵고 튼튼하게 자란 나무를 올라타면서 열매를 딴다면 나무도 아이들이 반가우리라. 아이들더러 빈 그릇을 들고 나무 곁에 서도록 한 다음, 알맞게 익은 열매를 톡톡 딴다. 샛밥으로 먹을 만큼만 딴다. 어른은 한 알씩 먹고 아이는 두 알씩 먹는다. 더 먹고 싶니? 더 먹고 싶으면 무화과나무한테 얘기해. 나 더 먹고 싶으니 열매를 푸짐하게 맺어 주렴 하고. 4348.9.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