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18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53



삶을 이루는 바탕은

― 경계의 린네 18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8.25. 4500원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5) 열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을 이끄는 린네는 언제나처럼 가난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씩씩하게 부업을 하고, 꿋꿋하게 학교를 다니며, 야무지게 사신 일을 합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돈과 얽혀 이런저런 꼬드김에 넘어갈 듯하기도 하지만, 린네는 끝까지 마음을 지킵니다. 다른 어느 것보다 린네한테는 제 마음을 튼튼하게 가다듬으면서 지키는 일이 대수롭습니다. 비록 피눈물이 흐를지라도 제 마음에 어긋나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



“포획한 수와 먹힌 버섯의 가격을 따지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군.” “크윽. 제길! 머거머거버섯, 무서운 놈!” (22쪽)


영의 넋두리를 들어 주고 기분 좋게 성불시키는 것도 사신의 중요한 임무다. 하지만 말이 많은 영에게 붙들리면. (24쪽)



  린네를 둘러싼 적잖은 사람들은 린네하고 다릅니다. 린네처럼 제 마음을 튼튼하게 가다듬으면서 지키는 사람은 드뭅니다. 린네 아버지가 대표라 할 텐데, 린네 아버지는 돈을 얻는 길이라면 어떤 거짓이든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돈이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온갖 거짓말을 일삼습니다. 린네와 한 학교에 다니면서 바로 옆방에서 린네처럼 가난하게 지내는 렌게도 돈 앞에서 늘 무릎을 꿇습니다. 재주가 뛰어나고 머리는 좋으나 마음을 야무지게 다스리지 못해요. 이리하여 렌게는 늘 거짓말을 달고 살아야 하고, 린네 아버지도 언제나 거짓말로 삶을 잇습니다.


  그러면 린네는 어떻게 지낼까요? 린네는 끼니 걱정이 언제나 가장 크지만, 이밖에 다른 걱정은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거짓말을 다른 거짓말로 또 둘러댈 걱정이 없습니다. 돈이 없어 허덕이지만, 돈에 얽매이거나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돈을 거머쥔 거짓말쟁이’가 시키는 일을 해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몸은 가난하더라도 마음은 넉넉하다고 할 만한 린네입니다.



‘가난한 나의 방에 한 냄비 가득 어묵전골이! 아아, 꿈이라면 깨지 말기를!’ (44쪽)


“그걸 받으면, 너도 공범이라고!” “깨끗한 돈 따로 있고 더러운 돈 따로 있니?” (84∼85쪽)



  삶을 이루는 바탕은 무엇일까요. 우리 삶은 어떤 일을 하면서 환하게 빛날까요. 삶을 가꾸는 바탕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꿈을 키우면서 삶을 곱게 일굴 만할까요.


  겉치레로 얻는 이름은 언제나 겉치레일 뿐이기 때문에 겉을 더 치레하느라 바쁩니다. 겉치레를 하며 누리는 돈은 언제나 겉치레일 뿐이니 겉을 자꾸 치레하느라 돈을 더 벌어서 더 써야 합니다.


  마음을 가꾸는 사람은 마음을 가꾸는 데에 온 숨결을 들입니다. 마음을 사랑스레 가꾸며 하루를 보내기에 언제나 사랑이 흐르고, 언제나 사랑이 흐르는 삶이니, 나를 비롯해서 내 둘레 이웃들한테 한결같이 따사롭고 넉넉한 손길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물건 못 버리는 성격 아니야?” “하지만 너랑 네 할아버지랑 같이 살던 즐거운 추억이 어린 가구인걸. 흠집 하나하나마저 애틋해서.” “그럼 원래대로 두는 수밖에 없네.” (125쪽)


“그럼 맡기고 올게요.” “잠깐. 하늘에서 준 선물, 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이런 건 안 받으면 천벌 받겠지.” (173쪽)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는 조금도 설교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청소년이라고 할 만한 아이들이 스스로 풋풋한 마음을 곱게 지키면서 살림을 가꾸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줍니다. 너무 어른스럽지 않으면서도 너무 철없지도 않은 모습을 곱게 보여줍니다. 삶을 하나씩 새로 배우는 아이들을 보여주고, 새로운 한 가지를 배우면서 날마다 거듭나는 몸짓을 천천히 보여줍니다.


  삶을 이루는 바탕이란 바로 사랑스레 배우는 손길이요 몸짓이며 꿈이라고 할 테지요. 너와 내가 오순도순 노래하고, 네가 나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합니다. 따사로운 마음이기에 즐겁게 어울리고, 넉넉한 사랑이기에 기쁘게 어우러집니다. 4348.9.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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