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앞에 늦여름 노란 꽃송이



  헌책방 앞에 조그마한 노란 꽃이 핀다. 사람들 발길에 채이거나 짓이겨질 만하지만, 이 아이는 씩씩하게 살아남았고, 노랗게 꽃송이를 터뜨린다. 곧 꽃이 지면서 씨앗까지 맺어서 바람에 훨훨 날릴 수 있겠지.


  커다란 잎도 커다란 꽃도 아닌, 그예 작은 잎에 작은 꽃이다. 아무도 이 아이를 이곳에 심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도 이곳에 꽃씨를 심을 생각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작고 노란 꽃은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먹으면서 바로 이곳에서 곱게 꽃송이를 터뜨린다.


  쪼그려앉거나 무릎을 꿇어야 비로소 꽃을 알아볼 수 있다. 헌책방에서도 책탑 앞에서 쪼그려앉거나 무릎을 꿇어야 비로소 구석구석 깃든 책을 하나하나 알아볼 수 있다. 헌책방 문간에 피어난 노란 꽃송이는 헌책방에서 책을 어떻게 살펴야 즐거운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는지 모른다. 오늘 이곳을 찾아온 모든 사람한테 낮은 몸짓과 목소리를 넌지시 알려줄는지 모른다. 4348.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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