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 18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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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52



너는 왜 ‘무엇’이 되려고 하니?

― 강철의 연금술사 18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8.4.25.



  아침에 대문 앞과 마당 둘레 풀을 낫으로 베는데, 오른무릎이 꽤 욱씬거립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만큼 아프지는 않습니다. 천천히 낫질을 하고, 어느 만큼 풀을 베고서 큰아이를 불러 밥그릇 하나 가져 달라고 합니다. 잘 익은 까마중을 밥그릇에 훑습니다. 까마중풀을 남기고 웬만한 풀은 모두 벱니다. 이렇게 베어 주어도 풀은 잘 자랍니다. 그동안 이곳에 드리운 풀씨가 아주 많을 테니 곧 새로운 풀이 돋을 테지요. 까마중풀을 남기고 풀을 베니 아이들한테 까마중 열매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이제 두 아이는 이십 분 남짓 까마중을 둘러싸고 새까만 열매를 훑느라 바쁩니다.



“너, 킴블리를 너무 믿지 마.” “어? 왜? 신사답고 좋은 사람이던데? 우리 아빠 엄마한테도 호의적이었고.” “신사답다니, 저 녀석이 이슈발에서 무슨 짓을…….” (12쪽)


“이해하고 떠받쳐 주는 사람이란 결국 함께 싸웠던 전우들 중에서 나오는 거구나.” (29쪽)



  아라카와 히로무 님 만화책 《강철의 연금술사》(학산문화사,2008) 열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권마다 새로운 삶과 시람이 나오고, 새롭게 부딪히는 일과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이도 어른도 꾸준하게 자라고, 한결 튼튼하거나 씩씩한 마음이 됩니다.


  참말 그래요. 아이만 자라지 않습니다. 어른도 자랍니다. 왜 어른도 자라는가 하면, 어른도 아이와 똑같이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기 때문에 새롭게 배우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른도 더욱 날렵하고 다부진 몸짓이 되고, 아이도 더욱 기운차며 단단한 몸놀림이 됩니다.



“무의미한 협박은 삼가 주시요? 지금 여기서 나를 죽여 봤자 그쪽에는 아무 이점도 없을 텐데요?” “잘 알고 있군요. 이 일을 입밖에 내면 어떻게 될지 알죠? 당신 동료나 머스탱 대령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을 그림자로부터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53쪽)


“설마 사람을 죽일 각오도 없이 군의 개가 된 것은 아니겠죠?” “죽이지 않을 각오로 들어왔어!” (58쪽)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할까요? 우리는 사람 아닌 ‘무엇’을 꿈꿀 때에 삶이 즐거울까요?


  죽지 않는 삶을 꿈꿀 만할까요? 나 혼자 안 죽고 다른 사람은 모두 죽어도 되는 삶을 꿈꿀 만할까요? 너와 내가 모두 아름답게 삶을 짓는 꿈을 꿀 수 있을까요? 미움도 슬픔도 아닌 기쁨과 즐거움으로 누구하고든 넉넉히 어깨동무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앙갚음이나 되갚음이 아니라 사랑을 가슴속에서 끌어내어 따사로이 손을 맞잡는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윈리, 미안해. 우리 사정 때문에 돌아가신 아저씨, 아주머니를 이용하게 돼서.” “괜찮아. 지금은 살아 있는 너희들이 더 중요해.” (71쪽)


“착각하지 말아요. 옳지 않은 일을 용서하는 건 아니니까.” (126쪽)



  참다운 사랑일 때에 사랑입니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려면 참다운 숨결이 흘러야 합니다. 참다운 삶일 때에 삶입니다. 삶을 삶이라고 하려면 참다운 넋으로 흘러야 합니다. 참다운 사람일 때에 사람입니다. 겉모습만 사람이 아니라 속마음으로 오롯이 너그럽고 따사로운 마음일 때에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모험과 전투 장면을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책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전쟁과 평화가 엇갈리는 사회를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책에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슬기롭게 삶을 사랑하려는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하고 땀방울을 이 만화책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올려다보면 파란색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흑백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렇게 인정을 베풀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144쪽)


“그러고 보니, 현자의 돌에 대해 더 이상 나에게 안 물어 보던데, 그래도 되니?” “그건,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171쪽)



  사람으로 태어난 아이는 사람으로 자랄 때에 아름답습니다. 사람인 아기를 낳은 어버이는 아이를 사람으로 돌보며 키울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살인기계와 같은 군인으로 키워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살인기계하고 비슷한 입시지옥 병정으로 길들여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는 아이다운 삶을 누리면서 살아야 합니다. 아이는 초등학생 때에만 또래동무를 사귄 뒤, 중학생 때부터는 온통 입시경쟁자한테 둘러싸인 입시지옥에서 허덕여야 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사회를 보면 ‘또래동무’라는 허울을 붙인 채 아이들이 서로서로 미워하거나 시샘하면서 다투기만 합니다. 어른들 스스로 아이들을 모질게 괴롭히니까요. ‘현자의 돌’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 목숨을 빼앗아 제 배를 채우려고 하는 짓이랑, 입시지옥에서 ‘우리 아이만 서울권 일류대에 뽑히도록 닦달하는 짓’은 그저 똑같을 뿐입니다. 함께 사는 길을 생각하고 찾을 때에 비로소 함께 사는 길이 열립니다. 함께 사는 길을 생각하지 않고 찾지 않는다면, 함께 사는 길은 앞으로 조금도 열리지 않습니다. 4348.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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