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8.31.

 : 팔월이 저무는 자전거



작은아이가 코코 낮잠을 잔다. 작은아이만 두고 자전거마실을 할 수 없다. 큰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으로 간다. 도서관 창문을 열어 바람갈이를 한다. 이럭저럭 책꽂이를 갈무리하면서 작은아이가 낮잠을 깰 때까지 기다린다. 큰아이는 진작부터 책순이가 되었고, 나도 어느새 책을 읽으면서 기다린다.


집에서 전화가 온다. 자, 이제 작은아이를 데리러 가자. 자전거를 집 앞으로 몬다. 큰아이가 집으로 달려가서 동생을 데려온다. 두 아이한테 물을 한 모금씩 마시도록 하고, 천천히 논둑길을 달린다.


팔월이 저무는 날, 구름빛이 새롭고 들빛도 새롭다. 아이들아, 이 빛과 결과 바람과 노래를 알 수 있겠니?


우체국에 들러 편지를 부친다. 우체국에 들른 뒤 두 아이는 면소재지 길을 달린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뒤를 따른다. 면소재지 볼일을 마친 뒤 천천히 자전거를 달린다. 밤알이 예쁘게 돋은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들여다본다. 밤송이도 밤잎도 참으로 곱다. 옅푸른 밤송이는 얼마나 고운 풀빛인가.


달력으로도 여름이 저물지만, 달력이 아닌 바람결로도 가을은 성큼 다가왔다. 곧 장갑을 꺼내어 끼지 않으면 손이 시릴 수 있겠네. 너희들은 이제 자전거를 탈 적에 긴소매나 도톰한 겉옷을 챙겨 입어야겠네. 들길이 아주 조용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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