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삼덩굴꽃 책읽기



  환삼덩굴은 까끌하기에 안 즐길 수 있다. 환삼덩굴은 바로 까끌한 맛이 보드랍고 재미있어서 즐길 수 있다. 날로 먹어도 되고 무쳐서 먹어도 되며 볶아서 먹어도 된다. 환삼덩굴은 숱한 들풀처럼 뜯어서 먹고 먹어도 다시 자라고 새로 자라는 씩씩한 아이 가운데 하나이다. 이 아이도 들풀이니 들꽃이 피고, 여름이 저무는 팔월 끝무렵부터 꽃송이를 터뜨린다.


  푸른 잎사귀에 흙빛을 옅게 닮은 꽃송이가 떨어진다. 아니, 흙빛이라기보다 옅은 살빛일 수 있고, 어쩌면 옅은 복숭아빛일 수 있다. 꽤 많은 들풀이 잎빛하고 같은 꽃빛이지만, 환삼덩굴꽃은 잎빛하고 아주 다른 빛깔이어서 논둑길을 지나고 뒤꼍을 돌아다니면서 제법 눈에 뜨인다. 올망졸망 어우러진 작은 꽃송이한테 다가선다. 작은 꽃송이에서 흐르는 옅은 꽃내음을 맡는다. 짙푸르게 땅을 덮으며 새로운 숨을 북돋우는 덩굴풀 기운을 느껴 본다. 4348.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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