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바닥에 주저앉기



  지하철 바닥에 주저앉는다. 오른무릎이 많이 나아서 제법 걸어다닐 수는 있으나, 한 자리에 가만히 서기는 아직 힘들다. 더군다나 좀 걸어다녔으면 앉아서 다리를 펴고 쉬어야 하는데, 시외버스에서 내린 뒤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는 사이에 다리를 쉴 만한 데가 안 보인다. 지하철에서도 빈자리는 안 보인다. 이리하여 나는 거리끼지 않고 털푸덕 주저앉는다. 오른무릎을 아껴야 하니까.


  지하철 바닥에 주저앉아서 무릎을 살살 어루만진다.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나를 너그러이 봐주렴. 네가 많이 나아 주어서 이렇게 바깥마실을 다니네. 일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씩씩하게 걸을 수 있기를 빌어. 시골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날마다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빌어. 4348.9.1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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