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8.26.
: 아버지, 가을이야?
우리는 우체국으로 마실길을 간다. 우체국만 다녀오는 길이 아니다. 우체국까지 가는 동안 들바람을 쐬고 멋지도록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수하게 익는 나락냄새를 들이켜고 싱그러이 부는 바람을 마신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가을이야?” “아니, 아직 가을은 아니야.” “그러면 언제 가을이야?” “언제 가을일까? 가을은 날짜로 꼭 어느 때부터라고 말할 수 없어. 여름이 저물 무렵부터 가을 기운이 스미고, 차츰차츰 바람결이 달라져. 바람결을 네가 스스로 느껴 봐. 어느 날부터 바람결이 확 달라져서 참말 이제 가을이네 하고 느낄 날이 와.”
논둑길을 아주 천천히 달리다가 자주 멈춘다. 이러면서 하늘을 보자고, 구름을 보자고, 들빛이 달라지는 결을 보자고, 바람 따라 물결치는 들을 보자고 말한다. 여름 내내 푸르기만 하던 들이라면, 나락꽃이 피고 지면서 살짝 노란 빛이 스미는 들이요, 일찍 심은 논에서는 벌써 나락이 익으니 노르스름하다 싶은 빛이 제법 넓게 퍼지는 들도 있다. 날마다 새삼스레 달라지는 이 들빛은 날마다 새삼스레 달라지는 들내음이 될 테고, 들노래가 될 테지.
우체국에 편지 몇 통 부치러 다녀오면서 우리는 온몸에 들바람을 가득 담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몸과 마음은 가을을 앞둔, 아니 가을에 몇 발자국 담근 늦여름 기운을 담뿍 안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