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이고 달리는 꿈
자전거 사고가 난 지 여드레째. 이제 몇 걸음을 떼기는 하지만 집 바깥으로 나갈 엄두를 못 낸다. 걸상에 앉을 적에 오른다리를 땅바닥에 내려놓지 못한다. 자전거를 못 탄 지 아흐레째이고, 파란하늘을 이고 가을 들길을 가르는 싱그럽고 신나는 마실도 아흐레째 못 누린다. 다치기 앞서 아이들하고 논둑길에서 올려다본 하늘을 되새긴다. 이 새파란 하늘을 가슴으로 담고 싶다. 아니, 그동안 내 가슴에 담긴 새파랗고 눈부신 하늘을 새롭게 떠올리면서 오른무릎에 파란 숨결이 찬찬히 자라기를 빈다. 자, 구월은 아직 넉넉히 남았으니, 어서 기운을 내어 두 다리로 다시 걷는 날을 꿈꾸자. 4348.9.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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