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서 빨래를 한다면



  며칠 앞서 빨래를 할 적에 빨래틀한테 맡겼듯이 오늘도 빨래틀한테 맡겨서 빨래를 한다. 여드레째 오른무릎을 제대로 못 쓰니까 다른 집일을 할 적마다 쉬엄쉬엄 할 뿐 아니라, 천천히 한다. 조금 움직이며 일하다가 앉아서 다리를 쉬고, 다시 움직이며 일하다가 앉아서 다리를 쉰다.


  기계를 쓰는 빨래는 수월하다. 옷가지에 비누를 바른 뒤에 기계에 전기를 넣어서 단추를 누르면 끝. 빨래를 마친 뒤 꺼내어 널어야 할 텐데, 내가 손수 옷가지를 널 수 없으니 이 몫은 큰아이가 맡아 주겠지.


  지난 여드레 동안 손빨래를 못하고 보니 기계빨래를 할밖에 없는데, 기계빨래를 하면서 ‘빨래틀을 쓴다’는 말을 따로 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다른 사람들은 ‘빨래를 한다’고 하면 아주 마땅히 기계를 쓴다는 뜻일 테지만, 나한테는 손을 써서 조물조물 주무르면서 옷이랑 물이랑 비누랑 바람이랑 햇볕을 느낀다는 뜻이다. 4348.9.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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