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와 바람이 달라지는 맛



  얘들아 바람이 달라지는 맛을 알겠니? 바람이 사뭇 달라졌어. 하늘도 풀도 모두 달라졌고, 나뭇잎도 달라졌지. 네 철 푸른 나무를 빼고는 곧 나뭇잎도 빛깔이 달라진단다. 나무와 풀은 바람맛을 매우 빠르게 느끼거든. 사람도 바람맛을 함께 느끼지. 그래서 씨앗을 심고 가꾸어 거둘 때를 바람을 맛보면서 읽을 수 있어. 바람을 맛보기에 비가 올는지 눈이 올는지 알아. 바람을 맛보기에 햇볕이 쨍쨍할는지 구름이 낄는지 알아.


  나무 한 그루 옆에 서서 나무가 마시는 바람을 함께 마셔 보자. 나무 한 그루하고 나란히 서서 바람에 깃든 새로운 가을내음을 함께 맡아 보자. 4348.9.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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