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709) 국민


 국민학교 → 초등학교

 국민 여러분 → 여러분


  ‘국민(國民)’이라는 한자말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 또는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고 하는데, 이 낱말을 쓴 지는 기껏 백 해가 안 되었다고 할 만합니다. 게다가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꾼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제국주의 냄새가 짙게 밴 한자말입니다.


  ‘국민’학교라는 이름은 독일에서 전체주의 교육을 시키려고 지은 ‘폴크스 슐레(Volksschule)’라는 학교에서 비롯했다고 합니다. ‘폴크스 바겐’처럼 자동차를 공장에서 모두 똑같이 찍어내듯이, 독일 나치 독재정권은 모든 독일사람이 똑같은 생각과 몸짓이 되도록 틀에 가두려고 전체주의 교육을 시켰다지요. 그런데 일본은 독일에서 ‘폴크스 슐레’를 따오면서 식민지 사람들을 ‘황국신민(皇國臣民)’으로 길들이려는 뜻을 더 얹어서 ‘皇國 + 臣民’을 나타내는 ‘國民’이라는 한자말을 썼습니다.


  일본은 전쟁에서 진 뒤에 제 나라에서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버립니다. 식민지였던 대만도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버립니다. 그러나 한국만큼은 1995년까지 중앙정부에서 이 이름을 끝까지 붙들다가 겨우 ‘초등학교’로 바꾸기로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 찌꺼기를 ‘어린이 학교’ 이름에서 어서 없애라고 하는 사람들 물결을 더 버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민 각자가 열심히 일해야 할 때이다

→ 사람들 누구나 힘껏 일해야 할 때이다

→ 사람들이 저마다 힘껏 일해야 할 때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여

→ 국회는 사람들을 대변하여

→ 국회는 온 나라 사람들을 대변하여


  요즈음 한국 사회에서는 ‘국민 여배우’라든지 ‘국민 남동생’이라든지 ‘국민 가수’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나라에서도 ‘국민 신문고’ 같은 이름을 써요. 은행 가운데에도 ‘국민’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 곳이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나 정치가 달라졌기에 “한 나라 사람”을 뜻하는 낱말로 ‘국민’을 그냥 써도 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나라 사람”을 뜻하는 낱말로 ‘나라사람(나랏사람)’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나라빚(나랏빚)’이나 ‘나라돈(나랏돈)’ 같은 낱말이 새롭게 나타나서 쓰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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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해 온 ‘국민 나물’ 냉이에 대한 풀이가 경직되어 있는 것은

→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해 온 나물 냉이를 풀이한 말이 딱딱하게 굳은 까닭은

→ 오랜 나날 우리와 함께해 온 ‘인기 나물’ 냉이를 풀이한 말이 딱딱한 까닭은

《이윤옥-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인물과사상사,2015) 6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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