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따라가는 몸, 몸을 따르는 마음



  다쳐서 아픈 몸은 천천히 낫습니다. 아마 제 마음속으로 때에 맞추어 천천히 낫기를 바랐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아픈 지 나흘째인 오늘은 드디어 두 다리로 다시 일어서고 몇 걸음 뗄 수 있었는데,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좀 힘을 많이 쓴 탓인지 온몸이 펄펄 끓으면서 더는 서지도 걷지도 못합니다.


  자리에 드러누워 끙끙 앓으며 생각합니다. 내 몸은 새롭게 거듭나려고 하는데 내 마음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하고. 이러다가 문득, 내 몸은 내 마음이 바라는 대로 가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잇따릅니다.


  몸이 튼튼할 때에 마음이 튼튼할까요? 마음이 튼튼할 때에 몸이 튼튼할까요? 돈이 많을 때에 넉넉한 마음일까요? 넉넉한 마음일 때에 돈은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 넉넉한 돈도 맞아들일 수 있을까요?


  흔히들 하는 말로 ‘영혼을 팔아 부귀영화를 얻는다’고 하는데, 이 옛말처럼 부귀영화를 얻으려고 하는 적잖은 이들은 그만 부귀영화에, 이른바 돈과 이름과 힘에 그만 이녁 마음을 팔고 맙니다. 왜 그러한가 하고 아픈 몸으로 드러누워서 생각을 이어 보는데, 돈이나 이름이나 힘을 얻으려면 ‘나한테 있는 것 가운데 무척 대수로운(소중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참말 그러할까요? 마음을 팔지 않으면 돈을 못 벌까요? 마음을 팔지 않으면 이름을 드날리지 못하고, 마음을 팔지 않으면 권력이라고 하는 높다는 자리에 오르지 못할까요? 스스로 생각을 이러한 곳에 가두면서 마음을 내팽개친 셈은 아닐는지요?


  몸을 따라가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몸매가 멋지거나 얼굴이 잘생겨야 비로소 아름답거나 씩씩한 마음이 되리라 여길 만합니다. 마음을 따라가는 몸이라고 생각하면, 몸매나 얼굴이 아닌 그야말로 마음을 곱게 가꾸기 마련이니, 늘 착하고 참다우면서 슬기로운 길을 걸어갑니다. 4348.9.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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