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삶



  여러 날 앓기만 한다. 벌써 사흘째 앓기만 하고 다른 아무 일을 못 한다. 이동안 곁님이 밥을 하고 빨래를 한다. 나는 물도 밥도 입에 못 넣지만, 아이들은 어머니가 차리는 밥을 먹는다. 하루에 세 차례씩 거즈를 간다. 거즈를 갈 적에는 괜찮은데, 약을 바르면 약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몸살을 앓듯이 끙끙거린다.


  누운 몸으로 아이들을 부른다. 아이들은 쪼르르 달려와서 심부름을 해 준다. 아이들더러 한손을 내밀라고 해서 내 오른무릎에 살며시 댄다. 그저 대기만 해도 아프도록 부었다. 그러나 아이들 손을 오른무릎에 대면서 큰숨을 쉬쉬 몰아쉰다. 이런 삶이 바로 사랑받는 삶이로구나.


  내가 아프지 않을 적에도 늘 사랑받는 삶이었을 텐데, 몹시 앓으며 이부자리에서 꼼짝을 못 하고 땀만 옴팡 쏟는 요 며칠 동안, 얼마나 사랑을 받는가 하는 대목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망가진 곳을 고쳐 주어서 돌아온 뮤패드를 켜서 두 아이가 영화를 보도록 해 준다. 고마워. 부디 잘 놀아 주렴. 어머니가 차린 밥도 맛나게 먹으렴. 4348.9.4.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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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다락방 2015-09-04 19:21   좋아요 0 | URL
어서 나아 예전의 건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숲노래 2015-09-05 04:48   좋아요 0 | URL
날마다 이를 악물면서
재활훈련으로
비지땀을 쏟습니다.
곧 씩씩하게 다시 일어서겠지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