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부르는 소리



  작은아이가 밤에 안 자고 자꾸 뒤척인다. “보라야, 우리 예쁜 아이야. 누나 자는데 시끄럽다.” 그렇지만 작은아이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잠을 안 자려고 한다. 십 분 이십 분 삼십 분, 이윽고 한 시간이 지날 무렵, 문득 작은아이가 한 마디 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 “배고프니?” “응.” “뭐 먹을래?” “응.” “그러면 부엌으로 가서 먹어.” 작은아이는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작은아이 밥그릇에 밥을 덜어 준다. 작은아이는 어느새 밥그릇을 비운다. “더 줄까?” “아니.” 작은아이는 참말 배고팠을까? 아까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노느라 바빠서 덜 먹었을까? 아니면 잠이 안 온다는 핑계로 배고프다고 했을까? 아무튼 작은아이는 잠을 자야 할 때를 한참 넘기면서 아직 안 잔다. 아이가 밤에 밥 달라고 부르면 밥을 챙겨 주어야 하고, 아이가 밤에 쉬 마렵다고 하면 곁에서 지켜보아야 하고, 아무튼 그렇다. 4348.9.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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