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짚는 글’을 쓰고 나서
이윤옥 님이 쓴 책 가운데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을 놓고 ‘책에서 잘못 쓴’ 대목을 여러 가지 짚는 느낌글을 썼다. 이런 글을 쓰자면 온몸이 뻐근하다. 글쓴이가 처음부터 차근차근 살폈으면 잘못을 쓸 일이 없을 텐데, 책으로 내놓으면서 잘못을 떡하니 밝힐 뿐 아니라 여러 매체에까지 책을 이야기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책을 낸 출판사 편집부에서는 책에서 잘못된 곳을 몰랐을까? 이 책을 쓴 바탕이 된 《조선식물향명집》을 출판사 편집부에서는 안 봤을까? 풀이름을 학명으로 적을 적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아보지 않았을까? 한국 식물학자가 제대로 잘 붙인 이름을 엉뚱하게 따지는 글은 편집부에서 걸러내야 하지 않았을까?
나도 책에 ‘잘못 쓴 대목’이 그대로 실린 적 있다. 그때에 ‘내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는 그 책을 모두 거둬들여서 ‘손으로 잘못된 곳을 다 고치는 일’을 해 주었다.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책에 ‘어떤 이야기를 잘못 쓴’ 일을 나도 스스로 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기가 더 고되었을는지 모르겠다. 4348.9.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