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38] 제대로 바라보기
호박알 한 덩이 굵기까지
한 달 남짓
가만히 지켜본다.
가게나 저잣거리에 가면 한겨울에도 호박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철 호박은 여름이 무르익다가 저물면서 가을로 접어드는 철이 비로소 볼 만하고, 가을 내내 호박알을 한 덩이 두 덩이 만납니다. 암꽃이 피었다가 진 뒤에 호박알 한 덩이가 소담스레 굵어서 고맙게 따서 먹을 수 있는 나날을 꼽아 보니 한 달이 더 걸립니다. 호박국이랑 호박지짐을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먹으려고 우리는 모두 한 달 남짓 호박을 날마다 들여다보며 절을 했습니다. 4348.8.3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