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자가용이 없으니



  나한테 자가용이 없으니, 자가용을 몰면 두 시간 반이면 넉넉히 닿을 만한 ‘고흥-삼천포’ 사이를 시외버스로 다섯 시간 남짓 걸려서 간다. 나한테 자가용이 없으니, 다섯 시간 남짓 이리저리 돌고 기다리기도 하면서 시외버스를 타고 고흥에서 사천으로 가는 동안 책 세 권을 읽는다. 그리고, 나한테 자가용이 없어서 시외버스를 타니, 책을 읽고서 단잠에 빠지기도 하고, 시외버스에서 시를 쓰기도 하며, 도시락을 천천히 먹거나, 마음으로 꿈을 가만히 그리기도 한다. 무엇이 낫고 무엇이 나쁜가? 아무것도 낫지 않고, 아무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그저 내가 겪어서 새롭게 알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여태 자가용이 없이 두 다리에 내 삶을 기대어 하루하루 아로새기는 나날이 되는구나 싶다. 4348.8.2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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