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기 글쓰기



  보름 남짓 노래를 쓰지 못했다. 내가 쓰는 노래는 시골에서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누리는 삶을 그린다. 그런데 지난 보름 남짓 이 노래를 쓰지 못했다. 어쩌면 스무 날 남짓 못 썼을 수 있다. 그동안 노래를 쓰려는 생각을 마음에 심지 못했고, 마음에 아무 생각을 심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노래가 흐르지 못했다.


  오늘 아침 일찍 고흥집을 나서서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을 거쳐 진주로 가는 동안 곰곰이 생각을 기울인다. 누가 쓰라고 시켜서 쓰는 노래가 아니다. 누가 쓰지 말라고 해서 안 쓰는 노래가 아니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사랑을 길어올리려 하면 그야말로 기쁘게 노래가 샘솟는다. 언제 어디에서나 늘 쓸 수 있는 노래이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사랑을 헤아리지 못할 적에는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히면서 쉽게 지치거나 고단하다.


  삼천포에 닿기 앞서 노래를 두 꼭지 쓴다. 누구한테 드리려고 이 노래를 썼나? 맨 먼저 나 스스로 내 마음한테 주려고 쓴다. 나 스스로 고우면서 맑은 넋으로 거듭나자는 뜻에서 쓴다. 그리고 우리 곁님이랑 아이들한테 선물로 주고 싶다. 아이들이 아버지 노래를 읽고 들으면서 저희 마음속에 새로운 꿈을 그릴 수 있기를 빈다. 여기에 오늘 만나 뵐 삼천포 이웃님한테 드리려고 한다. 삼천포 이웃님한테는 깨끗한 종이에 천천히 옮겨 적어서 드리려고 한다.


  내가 나한테 줄 수 있을 만한 노래이기에, 이 노래는 아이하고 곁님한테 줄 수 있다. 아이하고 곁님한테 줄 수 있다고 여기는 노래이기에 먼 고장에서 사는 새로운 이웃님한테 드릴 수 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작은 씨앗 같은 글조각이요, 차츰차츰 잎이 돋고 가지가 뻗으면서 싱그러이 춤추는 새말이 된다. 4348.8.2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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