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05. 2015.8.25. 빵을 굽다



  밑반죽은 곁님이 했다. 효모를 살리면서 빵반죽을 두고두고 되쓰면서 빵을 구웠다. 곁님이 허리가 아파서 아무 일조차 못하는 동안 ‘효모만 사는 빵반죽’을 그대로 둘 수 없어서 내가 반죽을 새로 하고 빵을 굽기로 한다. 썩 잘 했다고는 할 수 없고 여러모로 많이 어설펐다. 그러나 막상 하고 보니 그리 힘들지는 않다. 그러니까, 빵반죽을 바라보는 내 몸짓과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 다를 뿐이다. 이것저것 맡은 일이 많으니 힘들다고 여기면, 빵굽기는 엄두를 못 낼 만하고, 이것저것 맡은 일이 많아서 힘들다는 생각이 아니라, 요모조모 ‘우와 늘 새로운 살림을 배우네?’ 하는 몸짓이랑 마음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날마다 빵을 굽고, 남은 반죽을 잘 살려서 이튿날이나 이틀쯤 뒤에 새로 구울 수 있다. 빵굽기와 반죽은 더없이 재미있었다. 다만 몸이 고된 채 하다 보니, 빵굽기를 마치고, 새 반죽을 마치며, 설거지까지 끝낸 뒤에 바로 곯아떨어졌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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