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73 한다



  하려고 하니 합니다. 할 수 있으니 합니다. 하고 싶으니 합니다. 할 생각을 품으니 합니다. 그러니까, 안 하려고 하니 안 합니다. 할 수 없으니 안 합니다. 하고 싶지 않으니 안 하고, 할 생각을 안 품으니 안 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까닭은 ‘하자’고 생각해서, 이 생각을 내 몸에 스스로 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안 하는 까닭은 ‘하자’는 생각을 안 하기에, 내 몸에 스스로 심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못 한다고 한다면, ‘하자’는 생각이 아닌 ‘못 한다’는 생각을 마음에 담아서 몸에 심기 때문입니다.


  “하면 된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참말입니다. 하기에 됩니다. 그러니까, 안 하면 안 됩니다. 이 말도 참말입니다. 안 하기에 안 될 뿐입니다. 하려고 하지 않으니 하지 못하고, 하려고 하니 할 뿐입니다. 다만, 하려고 할 적에 곧장 할 수 있기도 하고, 한 달이나 한 해가 걸리기도 하며, 열 해나 서른 해가 걸리기도 합니다. 기나긴 나날이 걸릴 수 있으나, 스스로 ‘한다’는 생각을 품고서, 이 길을 바라보기 때문에 끝끝내 다 될 수 있습니다.


  하기 때문에 되고 나면, 이제 나는 나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겠노라 마음을 품고 이 일을 붙잡은 뒤, 이 일이 될 때까지 헤아리면, ‘아무리 긴 나날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긴 나날을 모두 잊습니다. 서른 해가 걸린 일이어도, 서른 해를 마치 하루처럼 느낍니다. 아니, 짤막하게 흐른 때로구나 하고 느끼고, 때와 곳(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습니다.


  할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은 하루가 지나도 못 하지만, 열 해나 서른 해가 지나도 못 합니다. 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하루 만에 되기도 하고 서른 해 만에 되기도 합니다. 자, 그러면 제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루 만에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요? 서른 해가 흐른 뒤 되는 사람과 서른 해가 흘러도 안 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요? 오직 하나, 마음이 다릅니다. 한 사람은 ‘한다’는 생각을 품고 날마다 새롭게 스스로 가다듬거나 갈고닦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한다’는 생각이 없기에, 날마다 안 새롭습니다. 스스로 안 가다듬고 스스로 안 갈고닦아요.


  가다듬는 데에 서른 해가 걸릴 수 있고, 갈고닦는 데에 하루가 걸릴 수 있습니다. 얼마나 길거나 짧은 나날이 걸리든 대수롭지 않아요. 길어도 되고 짧아도 됩니다. 스스로 하려고 해서 하면 될 뿐입니다.


  하려는 사람은 ‘한다’고 생각하기에 늘 이렇게 말하지요. “자, 우리 좀 하고 보자.” 하고. 되든 안 되든 “하고 보자” 하고 말합니다. 하면서 봅니다. 해 봅니다. 처음으로 한발을 내딛습니다. 첫걸음을 내딛고, 첫발을 뗍니다. 첫걸음을 내딛기에, 이윽고 새걸음으로 이어집니다. 첫발을 떼기에, 차근차근 새발을 뗄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씨앗처럼 우리 마음에 깃듭니다. 어떤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때부터 내 마음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얼거리가 되’도록 몸한테 말을 겁니다. 내 몸은 마음한테서 받은 말(생각)을 듣고 나서 차근차근 새로운 얼거리로 그물을 짭니다.


  우리는 사랑도 할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으며, 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못 하는 사랑이 없고, 못 하는 일이 없으며, 못 할 만한 놀이가 없습니다. 못 읽을 만큼 어려운 책이 없고, 못 배울 만큼 어려운 학문이 없으며, 못 이룰 만큼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걸요.” 하고 말하는 사람은 이 말대로 그림을 언제까지나 못 그립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려고 해요.” 하고 말하는 사람은 붓질이 서툴다 하더라도 그림을 그립니다. 처음에는 서툰 붓질일 테지만, 이내 ‘부드럽고 멋스러운 붓질’로 거듭나고, 시나브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붓질’로 다시 태어납니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늘 새롭게 태어나려는 사람입니다. ‘한다’는 생각을 마음에 심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게 바라보려는 사람입니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