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뒹굴며 자라는 호박알



  마당에서 호박알이 뒹굴면서 자란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박알을 가만히 들추면 밑에서 쥐며느리와 개미가 바글바글하다. 얘들아, 너희 예서 뭐하니? 너희도 호박알을 먹으려고 그러니? 가만히 보니, 호박알은 바닥에서 뒹굴면 안 되고 풀잎이든 지붕이든 울타리이든 바닥하고 떨어져야 하는구나 싶다. 그런데 이렇게 마당까지 뻗는 호박넝쿨이니 어쩐담. 뭔가를 마련해 주어야겠다. 쥐며느리하고 개미한테 굵은 호박알을 넘길 수 없다. 우리가 호박을 먹을 적에 뭉텅뭉텅 잘라서 너희한테도 나누어 줄 테니, 다른 것을 먹고 이 호박알은 부디 우리한테 넘겨 주렴.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다가 문득문득 호박알을 본다. 널찍한 잎에 가려서 좀처럼 못 알아보는 듯하다. 여기 있는 줄 알면서도 언제나 새로 보는 듯이 군다. 참말 호박잎은 커다란 호박알조차 넉넉히 가려 준다. 4348.8.2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