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무릎꽃



  마당 한쪽에서 쇠무릎이 꽃을 피웁니다. 조그맣게 꽃송이가 올라오니, 곧 기운찬 꽃줄기로 거듭날 테지요. 쇠무릎은 잡풀로 여기려면 잡풀이 되지만, 약풀로 여기만 약풀이 되고, 나물로 삼으려면 나물이 되어요. 그리고, 푸른 빛깔로 돋는 꽃을 꽃으로 여기려면 들꽃이 되고, 꽃이 아니라고 여기려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여름 내내 쇠무릎잎을 먹으며 살았으니, 이제 첫가을 어귀에 쇠무릎꽃도 함께 먹습니다. 가을이 깊고 깊어 저물 무렵에는 쇠무릎뿌리를 파서 먹을 생각입니다. 잎도 꽃도 뿌리도 모두 밥이 되고 새로운 숨결로 스며드는 들풀입니다. 들풀 한 포기는 해를 바라보며 자라는 동안 흙을 북돋우고 사람을 살찌워 줍니다. 4348.8.2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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