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85. 빨랫대와 호박넝쿨 (2015.8.23.)
햇볕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마당에 빨래를 넌다. 호박넝쿨은 빨랫대를 감고 싶다. 그렇지만 호박넝쿨한테 빨랫대를 내줄 수 없다. 무엇이든 잡히기를 바라는 호박넝쿨이 뻗는 자리에서 살살 에두르면서 빨랫대 자리를 바꾼다. 호박꽃은 피고 지고, 호박알은 차츰 굵는다. 우리가 뜯어먹는 풀도, 우리가 안 뜯어먹는 풀도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지면서 자란다. 여름 막바지 풀내음이 몹시 짙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