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은 재미있다
부추풀은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 맛이 좀 세다. 이른봄부터 이른여름 사이에 날마다 신나게 잎을 뽑고 또 뽑으면서 신나게 즐기는데, 어느 무렵부터 더 먹기 어렵도록 센 맛이 돈다. 부추풀로서는 ‘사람들아, 이제 나를 그만 먹으렴. 이제는 꽃을 피우고 씨를 맺도록 기운을 모아야 해. 올해에는 이쯤 먹고 다른 풀을 먹어 주렴. 꽃씨를 맺어서 퍼뜨려야 사람들 너희도 이듬해에 더 넉넉히 우리를 먹을 수 있을 테니.’ 하고 말을 건네는 느낌이라고 할까.
한동안 부추풀을 잊고 다른 풀만 훑어서 먹다가 어느 때에 문득 ‘어라, 이렇게 하얀 꽃이 곱다라니 피었네!’ 하고 알아차린다. 한 송이가 핀 모습은 그냥 지나치고 두어 송이가 핀 모습도 바빠서 그대로 지나치다가, 어느덧 꽃잔치가 이루어질 무렵에는 물끄러미 쳐다본다. 다른 곳에도 부추꽃이 잘 피었나 하고 두리번거린다. 부추꽃씨가 까맣게 맺을 적에 마당 곳곳에 일부러 뿌리는데, 참말 부추꽃이 마당 이곳저곳에서 핀다.
올 한 해 너희와 함께 즐거웠던 나날을 이듬해에도 잇고 싶구나. 고운 꽃을 언제나 곱게 피워서 이제 가을에는 너희 흰꽃내음을 우리한테 베풀어 주렴. 4348.8.2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