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55. 냄새



  여덟 살 어린이는 시골집에서 똥을 눈 뒤 스스로 씻고 치워야 한다. 똥을 똥통에 쏟고, 똥을 눈 그릇은 바깥에서 물을 틀어서 수세미로 닦아야 한다. 여덟 살 어린이는 일곱 살까지 아버지가 으레 밑을 씻어 주고 똥그릇을 닦아 주었다. 여덟 살인 요즈음도 가끔 아버지가 씻고 닦아 주지만 웬만하면 여덟 살 어린이 스스로 이 일을 다 하도록 맡긴다. 우리가 바깥마실을 다닐 적에 큰아이를 남자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갈 만한 나이가 아니기도 하고, 큰아이 스스로 할 앞가림이 있기도 하다. 오늘은 큰아이한테 ‘부엌에서 나오는 부스러기와 자투리 담는 통’을 닦아 달라고 심부름을 맡긴다. 큰아이는 “냄새!”라고 하면서 코를 막는다. 그런데 얘야, 아버지는 날마다 그걸 만지고 닦고 치우는걸? 우리가 먹는 모든 밥은 네 아버지가 “냄새나는 것”을 다 치우고 갈무리하는 손으로 짓는걸? 얘야, 냄새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냄새를 맡으면서, 우리 손은 무엇을 만질까? 4348.8.2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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