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이야기'를 기사로 올리면서 붙인

몇 가지 사진말 조각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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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놀 수 있는 사람은 즐겁게 새로운 길을 걷습니다. 아이들도 글공부 아닌 글놀이를 할 적에 새로운 이야기를 짓습니다.



상자 하나로도 하루뿐 아니라 며칠 뿐 아니라 두고두고 재미나게 놀 수 있는 아이들 마음처럼, 작고 가벼운 사진기 한 대로도 얼마든지 재미나게 사진놀이를 즐기면서 내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는 빨래터이고, 시골사람으로서는 우리 마을에 늘 있는 삶으로 마주할 수 있는 빨래터입니다. 나는 아이들하고 시골마을 시골내기로서 우리 마을 빨래터를 아낍니다.



짝짓기를 하는 범나비를 찍으려고 다가섭니다. 그런데 제 사진기에 붙인 렌즈는 작고 가볍기에, 가까이 다가서더라도 크게 찍기 어렵고, 찰칵 하는 소리 때문에 꼭 한 번만 찍을 수 있습니다. 오직 한 장을 얻으려고 발소리를 죽이면서 살금살금 다가섭니다.



우리 집 작은아이를 보며 가시내인지 머스마인지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큰아이도 그런 말을 내내 들었습니다. 아이들 성별이나 어른들 성별이 얼마나 대수로울까요?



이른봄부터 한여름까지 우리 집에서 지내며 자라던 제비가 떠나기 앞서, 빨랫줄에 오래도록 앉았습니다. 여느 때에는 사진으로 찍기도 어렵고, 찬찬히 바라보기도 어려웠지만, 우리 집(제비로서는 둥지)을 떠나는 날, 아주 오랫동안 빨랫줄에 조용히 앉아 주면서 서로서로 지켜보았습니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달릴 수 없습니다. 언제나 아이들이 앞에서 달립니다. 아이들 뒤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몫이 어버이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타며 노는 큰아이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 무척 고맙습니다. 나도 어릴 적에 나무를 타며 놀았으나, 내 모습은 사진으로 남지 않습니다. 다만 내 마음속에는 내가 어릴 적에 타고 논 나무 모습이 또렷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는 사진도 남겠지만, 사진에 앞서 이 아이들 가슴에 이야기가 남겠지요.



글씨가 춤을 춥니다. 아이 마음이 춤을 추기 때문일 테지요.



경운기가 아닌 자전거로 들일을 다니는 할배를 보면, 도시에서도 자가용 아닌 자전거를 몰며 일터를 오가는 아재와 할배가 떠오릅니다. 두 다리에 날개를 달아 주는 자전거는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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