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리로! 23
마야 미네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48



재미난 삶을 바라는 장난꾸러기 임금님

― 파타리로 23

 마야 미네오 글·그림

 조은정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06.9.15. 3500원



  마야 미네오 님이 빚은 만화책 《파타리로》(대원씨아이,2006) 스물셋째 권을 읽습니다. 한국에서는 서른째 권까지 나오고 더는 나오지 않는 만화책입니다. 일본에서는 1979년에 첫 낱권책이 나왔고, 아직도 새 이야기가 꾸준히 나와서 2015년 5월에 아흔넷째 권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만화를 그리는 분이 씩씩하게 몇 해 더 그린다면, 이 만화책은 마흔 해를 잇는 발자국을 남길 테고, 낱권책으로도 백 권을 넘기겠구나 싶습니다.




“그럴듯한 말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구! 사탄님의 명령을 거역할 거라면 힘으로라도 데리고 가겠어!” “힘으로?” (7쪽)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집적대지 마!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하면 소금을 뿌려서 머리부터 씹어버릴 거야!” (27쪽)



  만화책 《파타리로》는 ‘엽기발랄 원조만화’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이런 이름 그대로 《파타리로》에 나오는 ‘마리넬라 왕국’에서 임금님 노릇을 하는 ‘파타리로’는 언제나 우스꽝스럽거나 바보스러운 짓을 일삼습니다. ‘마의 삼각지대’ 한복판에 뜬 작은 섬나라라 하는 마니넬라 왕국이라는데, 파타리로 국왕은 이 나라에서 나오는 다이아몬드를 팔아서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고, 이 재산으로 비밀정보요원(이들 요원한테는 ‘양파’라는 이름을 붙였다)을 키웁니다. 그런데 파타리로 국왕이 거느리는 비밀정보요원은 딱히 하는 일이 없습니다. 언제나 심심하다고 노래하는 국왕 곁에서 단막극놀이나 분장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인간계에는 옛날 인간이 파묻어 둔 보물이 여기저기에 있어. 그것을 파내지.” “그런 것을 용케 아는군요.” “파묻는 현장에 있었을 때도 있었고, 파묻은 본인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거든.” “그렇군요. 몇 천 년 전부터 인간계에는 가끔 왔었으니까요.” “아스타로트 님은 몇 살이에요?” “글쎄, 나도 몰라.” “1만 살은 훌쩍 넘었잖아요. 생일 초가 장난 아니겠네요.” (38쪽)



  만화책 이야기로 그칠 수도 있지만, 파타리로 국왕은 나라일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돈이 넘쳐나니까 걱정하지 않는다기보다 처음부터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파타리로 국왕이 걱정하는 일은 언제나 하나뿐이니, ‘삶이 재미없으면 어쩌나?’입니다.


  그래서 늘 이런저런 일을 꾀하고,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이런저런 놀이를 지어냅니다. 만화책 《파타리로》를 놓고 ‘엽기발랄’이라고 하는 까닭은 ‘사회의식하고 동떨어진 모험과 놀이’로 온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몇 살인지 알 수 없는 파타리로인데, 학교에 가거나 책을 읽는 일은 없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여러 ‘미소년’도 학교에 가거나 책을 읽는 일은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돈이 넘치는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 때에만 ‘삶이 재미있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돈이 아주 많아야만 ‘이제부터 삶을 재미있게 누려야지!’ 하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돈이 아주 많다고 하는 이들은 외려 돈을 자꾸자꾸 더 모으려고만 하지 않는가요?




“양파를 빌려줄 거야, 말 거야? 공짜로 빌린다는 건 아니야!” “사례금을 지불하겠다구?” “아아!” “그러면 그렇다고 빨리 말하잖구서 뭐야. 친구 사이에 싱겁기는.” (105쪽)


“너무 멋지다. 밖에 서서 음식을 먹는 것은 생전 처음이야.” “햄버거는 웬디스가 제일 맛있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은 마음만 먹으면 뼈까지 먹을 수 있어.” (175쪽)



  즐겁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웃고 노래하려는 사람이 웃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춤추고 꿈꾸려는 사람이 춤추고 꿈꿀 수 있습니다. 생각으로 하루를 짓고, 하루를 짓는 대로 삶을 짓습니다. 만화책 《파타리로》에 나오는 ‘엽기스러운 모습’이나 ‘동성애 몸짓’은 그저 그렇구나 싶은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나온 《파타리로》 서른 권은 일본에서 꽤 예전에 나온 책이니 ‘해묵은 우스개’라 할 수도 있어서 그냥 그렇구나 싶은데, ‘아무 걱정을 안 하며 재미난 놀이를 새롭게 찾으려’ 하는 파타리로 국왕 모습은 여러모로 맑습니다. 짓궂은 얼굴로 여길 수도 있지만, 신나게 노는 어린이 얼굴이라 할 수도 있어요.


  이 만화책을 아이들한테 읽힐 수는 없고, 스무 살쯤 넘은 뒤에야 보여줄 수 있을 테지만, 만화책 《파타리로》에 나오는 ‘삶을 바라보는 눈길’을 가만히 헤아립니다. 아침에 웃으면서 일어날 때에 스스로 웃음이고, 저녁에 노래하면서 잠들 때에 스스로 노래입니다. 4348.8.2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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