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102] 분홍꽃은 배롱꽃
― 자전거로 나들이를 간다
자전거로 나들이를 가는 날입니다. 두 아이는 대문 앞부터 마을 고샅을 기운차게 달려서 마을 어귀 샘터 옆을 가로지릅니다. 군내버스 타는 곳까지 달려서 걸상에 손을 찍고 자전거가 선 곳까지 돌아옵니다. “아버지, 분홍꽃은 배롱꽃?” 하고 묻습니다. 그래, 배롱꽃이야. “그러면,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글쎄, 모르겠는데.” “배롱꽃이 피는 나무는 배롱나무야. 배롱나무에 배롱꽃이 피지.”
자전거를 배롱나무 곁에 세우고 바퀴를 살핍니다. 바람 빠진 데가 있는지 눌러 보고 이모저모 살핍니다. 자, 오늘은 어디로 나들이를 가 볼까? 바다는 엊그제 다녀왔고, 들길을 달려 볼까, 골짜기를 올라 볼까, 또는 새로운 어느 길로 가 볼까?
여름이 저무는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면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여름이 무르익어 천천히 스러지는 하루를 자전거랑 신나게 누립니다. 4348.8.2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