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을 챙겨야지 (사진책도서관 2015.8.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날마다 다 읽은 책을 도서관으로 갖다 놓으려고 길을 나선다. 빗줄기가 살짝 듣는 낮에 도서관으로 간다. 두 아이는 살짝 졸린지, 아니면 비 오는 날 집에서 그냥 놀겠다는 뜻인지 함께 따라나서지 않는다. “얘들아, 너희 오늘 비옷 입고 놀고 싶어 했잖아. 비옷 입고 새 우산 쓰면서 놀지 않겠니?” 하고 불러도 아무 대꾸가 없다. 어쩜, 비순이와 비돌이가 비를 마다 하다니.
그런데 도서관에 닿고 보니 아이들이 안 따라오기를 잘된 셈이었을까.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길이 모두 깊이 파였다. 어디로도 갈 수 없다. 무슨 일을 하려고 이렇게 깊이 땅을 파는지 모를 일이다. 이웃 밭으로 넘어가서 다시 도서관 쪽 땅으로 뛰어내린다. 책꾸러미를 메고 지면서 낑낑거리며 도서관에 닿는다.
삽차로 땅을 파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삽차로 땅을 파헤쳐서 길을 없애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그리고, 이렇게 길을 없애고 땅을 파헤친 뒤 여러 날 그대로 두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다만, 나는 다음에 삽을 들고 도서관에 오자고 생각한다. 삽차로 아무리 땅을 깊게 파헤쳐 놓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이들하고 지나다닐 길은 ‘내 삽’으로 흙을 뜨고 풀을 섞어서 ‘오솔길’ 같은 작은 자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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