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나락꽃
얼추 이레나 열흘쯤 되었지 싶다. 자전거를 몰고 두 아이랑 들길을 달리다 보면 들내음이 바뀌었다. 한여름에는 짙푸른 풀내음만 났다면, 늦여름에는 살몃살몃 고소한 냄새가 묻어난다. 이 냄새는 무엇인가 하면, 바로 ‘나락이 익는’ 냄새이다. 나락꽃이 피면서 ‘벼알’이 속이 찰 적에 나는 냄새이다. 벼알이 굵으면서 피어나는 냄새이다.
해마다 이 냄새가 날 즈음부터 제비는 바다 건너 먼 길을 떠난다. 이 나락꽃내음과 나락알내음이 번질 무렵부터 아침저녁으로 바람결이 사뭇 바뀐다. 시골에서 오롯이 다섯 해를 누리는 요즈음 나락꽃내음이 철흐름을 어떻게 알려주는가 하는 대목을 조금 더 깊게 헤아린다. 나락꽃내음을 한껏 들이켠 날은 어쩐지 배가 고프지 않다. 꽃가루를 많이 마셨기 때문일까? 4348.8.2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