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등허리가 결리더라도



  아무리 등허리가 결리더라도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간다. 왜 그러한가 하면, 재미있고 기쁘기 때문이다. 늦여름 들녘은 한여름하고 사뭇 다르게 고소하면서 포근한 냄새가 흐른다. 어떤 냄새일까? 바로 나락꽃이 피면서 풍기는 냄새이다. 갓 거둔 나락을 길바닥에 펼쳐서 말릴 적에 퍼지는 냄새도 몹시 고소하구나 싶은데, 나락꽃이 한꺼번에 피면서 퍼지는 냄새도 나한테는 매우 고소하다.


  생각해 보라. 자동차를 몰면서 나락꽃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자동차를 몰다가 아주 조그마한 하얀 나락꽃이 바람 따라 한들거리는 춤사위를 아이와 함께 볼 수 있을까?


  등허리가 결리더라도 바닷가까지 자전거를 몬다. 등허리가 쑤시고 땀이 비오듯이 흐르더라도 멧길을 타고 넘으면서 골짜기로 자전거를 몬다. 바닷가에 닿아 바다로 뛰어가서 맨발이 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골짜기에 닿아 맨발로 골짝물에 뛰어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모든 고단함과 땀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이 아이들이 갓난쟁이였을 적에는 자장노래를 날마다 두어 시간씩 부르면서 재울 적에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지면서 기뻤고, 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노는 요즈음은 한 시간 길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흘리는 땀방울이 웃음과 섞이면서 기쁘다. 4348.8.2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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