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43] 흔들아비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바닷가로 마실을 가다가 남새밭 옆을 지나면서 ‘흔들거리는 곰 모습 반짝이’를 봅니다. 여덟 살 아이는 이 모습을 보고 다섯 살 동생한테 “저기 봐, 저기 곰이 흔들려!” 하고 말하더니, “아버지, 저기 흔들리는 곰은 뭐야?” 하고 묻습니다. 나는 아이가 외친 말을 고스란히 받아서 “응, ‘흔들곰’이야.” 하고 이야기합니다. 바람 따라 흔들리면서 새를 쫓는 구실을 하는 곰 모습을 한 인형이기에 ‘흔들곰’이라고 했습니다. 예부터 한겨레 들녘에는 ‘허수아비’가 씩씩하게 서면서 새를 쫓아 줍니다. 고장에 따라 ‘허새비·허재비·허수아재비’라고도 한다는데, 이 이름을 살짝 바꾸어 ‘흔들아비’ 같은 말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람 따라 가볍게 흔들거리면서 새를 쫓는 구실을 한다면 ‘흔들-’을 앞에 붙일 만해요. 햇빛을 반짝반짝 되비치면서 새를 쫓는 구실을 한다면 ‘반짝아비’라고 할 수 있을 테지요. 곰이 아닌 끈이나 띠를 길게 두르면 ‘반짝끈’이나 ‘반짝띠’이고요. 4348.8.1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