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73. 나는 다시 탈래 (2015.8.17.)
자전거마실을 이끌다가 아버지가 힘이 든다면서 “우리 걸어 볼까?” 하고 말을 걸면, 큰아이는 언제나 씩씩하게 “응, 걸을래.” 하고 말한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서 늘 발판질을 하느라 힘이 꽤 많이 들었을 텐데 어버이 마음을 더없이 깊이 헤아려 준다. 느긋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어버이가 자전거에서 내려 걸을 적에는 그야말로 힘든 때인 줄 알아준다. 이와 달리, 작은아이는 제 어버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지 않는다. 두 아이는 한배에서 나왔어도 마음결이 제법 다르다. 그리고, 이 다른 마음결이 여러모로 재미있다. 작은아이는 언제나 제가 바라는 대로 하고 싶으니 제 마음을 안 숨긴다. 큰아이는 늘 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곧잘 제 마음을 살그마니 숨기곤 한다. 나는 큰아이가 씩씩하게 웬만큼 걸어 주는 동안 천천히 기운을 되찾고, 이렇게 되찾은 기운으로 다시 자전거를 이끈다. 큰아이는 ‘뭐, 동생은 수레에 앉아서 갈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할까, 아니면 ‘쳇!’ 하고 생각할까? 둘 다 생각할 수 있을 테지만, ‘동생은 동생이니 더 아껴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고 느낀다. 함께 자전거마실을 다니다 보면 나는 언제나 큰아이한테서 무엇이든 새롭게 배우면서 고개를 숙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