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책’ 출판사와 《밥은 묵고 가야제!》
‘봄날의책’ 출판사가 있다. 조그마한 출판사이다. 이곳에서 내놓은 책 가운데 〈전라도닷컴〉에 꾸준히 실린 ‘시골 우체부 류상진 아재 이야기’가 있다. 시골 우체부로 일하여 올 2015년 6월에 정년퇴직을 한 류상진 아재는 늘 시골 할매와 할배 이야기를 귀여겨들었고, 이웃으로 지내셨다고 한다. 이 발자취가 더없이 살가운 책으로 태어났다.
나는 이 책을 기쁘게 읽었다. 〈전라도닷컴〉을 받아볼 적에도 기쁘게 읽지만, 낱권책으로도 기쁘게 읽고는, 신나게 느낌글을 하나 썼다. 나는 그저 ‘편지 아재 류상진’ 님 이야기를 담은 《밥은 묵고 가야제!》라는 책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얼결에 〈전라도닷컴〉 2015년 8월치에 이 글이 실렸다.
그리고 오늘 ‘봄날의책’ 출판사 대표님 전화를 받는다. 알고 보니, 봄날의책 출판사 대표님은 나하고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까마득한 옛일처럼 되는데, 내가 아직 혼인도 안 하고 아이도 없던 무렵, 서울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할 적에 신촌(노고산동)에 있는 〈숨어있는 책〉이라는 헌책방에서 곧잘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운 적 있는 사이였다. 그렇구나, 그 까마득한 지난날에 그분은 ‘만들고 싶은 책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나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 깃들어 조용히 사느라 열 몇 해 사이에 서로 얼굴을 못 보며 지냈다. 봄날의책 출판사에서 펴낸 책을 읽으며 ‘대표 이름이 내가 아는 분 이름하고 같네?’ 하고 생각했지만, 그분이 이분이고 이분이 그분인지 오늘까지 몰랐다.
봄날이 지나고 한창 무르익는 여름날이 곧 저물어 가을날이 되려 한다. 가을날에도 봄날 같은 책이 태어나면서, 사람들 손마다 봄날을 노래하는 고운 책이 깃들 수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하고 생각해 본다. 겨울날에는 봄날을 꿈꾸는 고운 책이 두루 읽히면서 사람들 가슴마다 아름다운 웃음이 피어나면 참으로 사랑스럽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4348.8.1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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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들 모두 오래오래 두고두고
예쁘게 사랑받으리라 본다.
참말 그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