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게임 3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47



올바르게 살면 늘 속을까?

― 라이어 게임 3

 카이타니 시노부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7.4.25. 4200원



  카이타니 시노부 님 만화책 《라이어 게임》(학산문화사,2007) 셋째 권 첫머리에서 ‘놀라운 사기꾼’ 노릇을 하는 ‘아키야마’라는 젊은이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키야마네 어머니는 이녁 아들을 대학교까지 보내려고 궂은 일을 마다 않으면서 일을 하다가 그만 몸이 무너졌고, 이즈음 다단계 업체에 속아넘어가면서 나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아키야마라는 젊은이는 어머니가 속아넘어간 다단계 회사한테 앙갚음을 할 뜻을 품었고, 끝내 다단계 회사를 와르르 무너뜨리고는 옥살이를 했다고 합니다.



“꾀를 부려서 잠시 이득을 봐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어. 하지만 정직하게 살면 반드시 행복이 찾아올 거야.” (12쪽)


아키야마의 어머니는 고스란히 속아넘어간 것이다. 언제 어느 때나 사기꾼은 절박한 사람을 하이에나처럼 찾아낸다. 아키야마의 어머니도 이때 정말 몸도 마음도 한계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15쪽)



  《라이어 게임》에서 두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아키야마는 언제나 머리를 똑똑하게 굴립니다. 어리숙하게 보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려 하니, 조금도 어리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속여서 제 배를 채우는 사람이 있다면 이녁한테 곧바로 앙갚음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는 내가 너를 밟고 일어서느냐, 아니면 내가 너한테 밟히면서 바보스레 눌려야 하느냐 같은 두 갈래 길밖에 없다고 여겨요.


  만화책에서 흐르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참말 이 같은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눈속임이나 거짓말이 아닌 착한 몸짓과 참말로 서로서로 아끼는 사람은 좀처럼 안 드러나는 듯 느낄 만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을 보면 어떤 사람들이 도드라질까요? 바로 참말 아닌 거짓말로 사는 사람들 모습이 도드라집니다. 조용히 제 보금자리를 가꾸는 사람들 이야기는 신문에도 방송에도 책에도 거의 안 나온다고 할 만합니다. 떠들썩하게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들 이야기가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을 가득 채워요. 그런데 수많은 여느 사람들은 바로 이런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을 보면서 ‘믿기’ 마련입니다.



“그걸 왜 지키니? 이건 라이어 게임. 속고 속이는 전쟁이야. 후후후, 아무튼 둔해 빠졌다니까. 넌 말이지, 내가 올라가기 위한 제물이었어.” (82쪽)


“아, 난 왜 이렇게 멍청할까. 왜 그런 게임을 해 버린 걸까.” “후회해도 소용없어. 당했으면, 갚아 줘야지!” (126쪽)



  올바르게 살면 늘 속을까요? 어쩌면 속을는지 모릅니다. 올바르게 살면 늘 빼앗길까요? 어쩌면 빼앗길는지 모릅니다. 올바르게 살면 늘 가난할까요? 어쩌면 가난할는지 모릅니다. 올바르게 살면 늘 고달플까요? 어쩌면 고달플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를 속이지 않는 사람은, 아니 나 스스로를 속이려는 마음이 없이 삶을 짓는 사람은 즐겁게 웃습니다. 아프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아프거나 슬프게 눈물을 흘립니다. 나를 속이지 않으니 밥을 지을 적에 스스로 가장 맛있게 지으려 하고, 스스로 가장 맛있게 지은 밥을 이웃하고 넉넉히 나누지요.


  나를 속이지 않으니, 아니 늘 나를 참다이 바라보면서 살림을 가꾸니, 가난하건 가멸차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한솥밥을 먹는 기쁨으로 활짝 웃으면서 노래할 만합니다. 귀뚜라미 노랫소리가 반갑고, 바람 따라 춤추는 나뭇잎 소리가 재미납니다.



“싫으면 안 사도 돼. 기다리는 것은 패배뿐이니까.” (182쪽)


“전, 여러분의 말을 듣지 않겠어요! 모두들, 정말 이기적이군요. 1회전 투표 전에 한 스피치 타임에선, 아무도 제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았잖아요!” (196∼197쪽)



  《라이어 게임》은 이 이름 그대로 ‘거짓말 놀이’에 휩쓸린 사람들 모습과 몸짓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거짓말 놀이를 해야 나 혼자 살아남겠구나 하고 느끼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이 되어 어떤 몸짓을 보여주는가를 낱낱이 드러냅니다.


  그런데, 거짓말 놀이가 아닌 ‘참말 놀이’를 하겠노라 하고 생각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너를 속여야 내 밥그릇을 두둑히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너랑 즐겁게 손을 맞잡고 슬기를 모으면 서로서로 밥그릇이 푸짐하다는 생각을 품으면 어떻게 될까요?


  네 몫을 내가 차지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네 몫은 네가 누리고 내 몫은 내가 즐기자는 생각으로 어깨동무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혼자서 돌다리를 놓기는 매우 힘들지만, 둘이 하거나 서넛이 하면, 또는 열이나 스물이 하면 무척 손쉬우면서 거뜬합니다. 두레나 품앗이를 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품을 들여서 다 함께 더 넉넉히 누리는 살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플레이어 전체로서는 손해를 보지 않는 거죠. 그것은 즉, ‘나만 이득을 보겠다’라고 생각하는 플레이어가 하나도 없다면, 전원이 살 수 있다는 뜻이에요.” (208쪽)


“이 라이어 게임은 거짓말쟁이가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셨죠? 저는 아니라고 봐요. 라이어 게임이란, 사실, 거짓말을 해서 이기고 싶다는 욕망을 극복하고, 정직해질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210쪽)



  한 사람만 배가 부르다고 해서 나쁠 일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한 사람이 배가 부르면 다른 사람은 모두 배가 안 부르겠지요. 한 사람이 돈을 왕창 번다면, 다른 사람은 돈을 왕창 잃겠지요.


  혼자 배가 부르면 즐거울까 궁금합니다. 혼자 모든 돈을 거머쥐면 이 돈을 얼마든지 쓸 만할까 궁금합니다.


  많이 먹거나 많이 써야 즐거운 삶이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즐겁게 먹어야 즐겁고, 즐겁게 써야 즐겁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웃을 속이면서 등골을 빼먹으려는 사람은 한 번 등골을 빼먹으면 앞으로도 등골을 빼먹으려는 길을 가고야 맙니다. 언제까지나 스스로 거짓말에 휩쓸려서 살아야 합니다. 여느 때에 늘 이웃하고 오순도순 나누는 사람은 앞으로도 늘 오순도순 나누는 기쁨을 가꾸기 마련입니다. 삶은 삶 그대로 바라보면서 가꿀 때에 아름답습니다. 4348.8.1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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