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백 살 나무에 오르고 싶은 마음
고흥 읍내에 몹시 오래된 우람한 나무가 있습니다. 한국은 봉건제 계급 사회에다가 식민지에다가 한국전쟁까지 치르느라 숲이나 들이나 마을에 있던 오래되고 우람한 나무가 거의 씨가 마르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1100년대부터 씩씩하게 살아남은 나무가 있어서, 읍내에 볼일을 보러 들를 적에 곧잘 찾아가서 인사를 합니다.
아직 이 느티나무 둘레에 ‘술판 벌이는 정자’가 없을 적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거나 달리거나 기면서 놀았어요. 아이들은 오래되고 우람한 나무 곁에서 맑은 마음이 되어 나무를 안아 주었고, 귀를 대고 볼을 대고 가슴을 대었지요. 나무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 이웃이여 벗이며 사랑입니다. 4348.8.1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