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백 살 나무에 오르고 싶은 마음



  고흥 읍내에 몹시 오래된 우람한 나무가 있습니다. 한국은 봉건제 계급 사회에다가 식민지에다가 한국전쟁까지 치르느라 숲이나 들이나 마을에 있던 오래되고 우람한 나무가 거의 씨가 마르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1100년대부터 씩씩하게 살아남은 나무가 있어서, 읍내에 볼일을 보러 들를 적에 곧잘 찾아가서 인사를 합니다.


  아직 이 느티나무 둘레에 ‘술판 벌이는 정자’가 없을 적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거나 달리거나 기면서 놀았어요. 아이들은 오래되고 우람한 나무 곁에서 맑은 마음이 되어 나무를 안아 주었고, 귀를 대고 볼을 대고 가슴을 대었지요. 나무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 이웃이여 벗이며 사랑입니다. 4348.8.1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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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17 10:33   좋아요 0 | URL
술판 벌리는 정자라는 말에 울컥해집니다. 엊그제 행사하면서 이동도서관을 등나무 아래에서 진행했어요.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그 옆자리에서 드시는 바람에 아이들이 책 보러 오기 꺼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ㅠ 잠깐 2시간인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데 조금만 참아주시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술병을 치우지도 않고 가시고..
그분들은 공공장손데 라고 생각하셨을수도 있었겠지만요~~

나무 아름드리가 어마어마합니다~

숲노래 2015-08-17 12:46   좋아요 0 | URL
천연기념물 나무를 좀 살펴보니 500~600살 된 나무가 많고 이보다 어린 나무도 많아요. 그런데 800살이 훌쩍 넘고, 우리 아이들이 제 나이쯤 될 무렵에 900살을 넘길 이 나무는 따로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이, 주변 가게에서도 가지를 쳐 버렸고, 군청에서도 정자를 지으면서 또 가지를 쳤어요. 아마 가지 하나가 수백 살을 먹었을 텐데 말이지요...

어르신들이 소주 아닌 막걸리만 마신다면 좀 낫다 할 만한데, 어르신들이 술을 자시더라도 즐겁게 옛노래(들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며 부드러운 말씨를 쓴다면 재미있을 수 있지만, 소주만 마시면서 대낮부터 벌겋게 달아오르시면 아이들이 곁에서 함께 어울려서 놀기가 어렵지요.

참 거석한 노릇입니다......